2021년 2월 8일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못했다. 2020년부터 암과 싸우는 아빠를 위해 내 딸아이와 부모님께 자주 오가면서 최선을 다한다 했지만, 언제나 남는 건 후회 뿐이다. 병간호가 시작되면서 조금만 더 사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또다시 남는 건 후회 뿐이다. 아빠는 나에게 커다란 거목이었고, 등대같았고, 비를 막아주는 우산같은 존재였다. 아빠가 옆에 계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다.
겨울에 돌아가신 아빠의 산소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또다시 겨울이 왔는데도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살아야만 했다. 홀로 남은 엄마를 챙겨야했고, 죽음은 남은 자들의 몫이라 슬픔과 고통과 그리움으로 지내야했다. 그런데 아빠의 산소에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계속 소리를 내며 하늘 위를 뱅그르르 날아다닌다.
“너희 아빠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이제는 새가 되어 마음껏 자유롭게 돌아다니나보다.”
나보다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더 힘들어하던 엄마의 한마디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제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를 감당하며 사느라고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는.. 아빠께서 내가 이렇게 사는걸 원하지 않으실 거다. 당신 그만 병간호하라고.. 자식들 힘들지 않게 한건데 내가 이렇게 살면 안되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이유는 내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남아있는 가족들... 내 고통만 너무 힘들어 연락두절 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나오라고 따스한 햇살을 보자고 했던 사람들.. 나를 밖으로 이끌어준 사람들.. 맛있는거 먹고 힘내라고 말해준 사람들... 아무말 없이 내 눈물을 받아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기에 1년 넘는 시간을 그래도 버티며 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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